‘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 “2030년 ‘휴머노이드 최강국’ 되겠다”국내최고 기업, 전문가 다수 참여, R&D·펀드·M&A 등 분야에 1조원 이상의 민·관 투자 기대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세계적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2030년 글로벌 최강국을 목표로 대한민국 휴머노이드 연구 역량을 하나로 집결 하기 위한 ‘K-휴머노이드 연합’이 출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오후 안덕근 산업부 장관, 유홍림 서울대 총장 등 3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 최고의 기업, 대학 등 약 40개 단체가 참여하고 협력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했다. 참여 기관 및 기업은 이번 협약을 통해 2030년까지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 내며 국내 휴머노이드 산업을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많은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생성형 AI에 이어 물리 AI(physical AI)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각국 빅테크도 차기 AI 전쟁터로 휴머노이드를 일제히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테슬라, 피규어, 아마존, MS, 엔비디아 등의 빅테크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유니트리, 유비테크 등 중국의 신생 기업들도 정부의 지원 하에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각종 세계 경진대회에서 꾸준히 입상하는 등 기술적 잠재력은 있으나 미국, 중국 등에 비해 투자규모나 인력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세계적 빅테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생태계 차원의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업부는 연합 출범을 계기로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산·학·연이 가진 장점과 역량들을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날 연합에 참여키로 한 기관 및 기업은 40개에 달한다. 우선 국내 최고의 기업들과 학교들이 대거 동참했다. 참여 기관들은 각자 전문 분야에 따라 6개의 전문그룹에 속하며, 전문그룹 대표로 구성된 총괄위원회가 구성원간 협력강화 및 의견조율을 담당하게 된다.

먼저 AI 개발그룹에는 서울대 AI 연구소를 중심으로 국내 로봇 AI의 최고 권위자로 구성됐다. 서울대(장병탁, 박재흥 등), KAIST(박대형 등), 고려대(최성준), 연세대(이영운), 포항공대(조민수), 부산대(이승준), 광주과학기술원(이규빈), 서강대(남창주) 등의 로봇 AI 전문인력이 참여한다.
로봇 제조사 그룹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모두 참여한다. 국내 최초의 휴머노이드 ‘휴보’를 만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연구진이 설립한 ‘레인보우 로보틱스’를 비롯, 15년 이상 휴머노이드 연구개발 경력을 가진 '에이로봇', AI 비전검사 솔루션을 개발해 미국 기업에 2억 달러에 매각한 경력이 있는 송기영 대표 창업 기업 '홀리데이로보틱스'가 참여하고 있다.
또 최근 美 메타와 함께 촉각감지 로봇팔을 개발 중인 '원익로보틱스', 네이버 양팔 로봇 엠비덱스를 개발한 김용재 대표가 설립한 '위로보틱스', 각종 국제 챌린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서울대 박재흥 교수 설립 기업 '블루로빈' 등이다. 이 밖에 '로브로스', '엔젤로보틱스', '뉴로메카' 등도 뛰어난 기술력과 가능성을 바탕으로 연합에 참여키로 했다. 최근 휴머노이드 사업에 본격 진출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도 국내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다. 'HD현대로보틱스'도 산업용 로봇의 인공지능 탑재를 위해 연합에 동참했다.
로봇 AI개발 등 5대 핵심과제 추진

K-휴머노이드 연합은 가장 중요한 미션이자 첫 번째 과제로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로봇 AI’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AI 전문그룹은 로봇제조사 그룹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2028년까지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챗GPT 등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기반이 될 수 있는 대형 AI)을 개발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기업들은 로봇 하드웨어(HW) 개발에 핵심 역량이 있는 만큼, AI 및 로봇 소프트웨어(SW) 개발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로봇 개발에 나서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만의 로봇 AI 모델은 서울대 AI 연구소를 중심으로 KAIST, 고려대, 연세대 등 국내 최고의 AI 연구진들이 모여 함께 개발한다. 로봇 제조사 및 부품사 그룹에 속한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로봇과 행동 데이터, 로봇에 AI 탑재 후 피드백 등을 AI 연구진에 지속 제공해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두 번째로 휴머노이드 HW 핵심기술 개발에 나선다. 로봇 제조사, 부품사 기업들은 글로벌 최고 사양을 가진 휴머노이드 HW 개발을 위해 R&D에 집중 투자해 나갈 계획이다. 2028년까지 자체개발 또는 협력사업을 통해 가벼운 무게(60㎏ 이하), 높은 자유도(관절 수 50개 이상), 강력한 힘(20㎏ 이상의 짐을 다룰수 있는 능력), 빠른 이동속도(초속 2.5m 이상) 등 고사양의 로봇을 생산할 기반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핵심 부품인 센서, 액추에이터(구동부품) 등도 개발한다. 정교한 물체 조작이 가능한 힘, 토크센서, 손 감각을 구현하는 촉각센서, 가벼우면서 유연한 액추에이터 등을 로봇 제조사와 부품기업들이 협력해 개발한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로봇 R&D·인프라·실증 등 예산을 활용해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전폭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연합 내 2개 이상의 기업간 기술개발 협력과제에 대해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부의 2025년 로봇 예산은 2000억원 규모이며, 향후 예산 증액을 위해 관계부처, 국회 등과 지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산업부는 특히 로봇제조사 등이 휴머노이드 개발 과정에서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시 구축, 제공할 계획이다. 해당 인프라는 실제 산업현장과 유사한 실증공간, 영상·촉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상 시뮬레이터 등을 제공하게 된다. 한국형 코스모스(엔비디아사가 개발한 로봇 시뮬레이터) 구축을 목표로 해당 사업은 올해 상반기 중 착수될 예정이다.
K-휴머노이드 연합의 세 번째 과제는 반도체 및 배터리 개발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고성능·저전력 AI 반도체와 고밀도·장수명·고안전의 배터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K-연합에는 리벨리온, 딥엑스(DEEPX) 등의 반도체 기업과, 배터리 3사(SK온·LG엔솔·삼성SDI) 등 분야별 전문기업이 참여해 연합 내 로봇기업과 공동 기술개발 등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특히 산업부는 로봇용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합 출범을 계기로 로봇 뿐 아니라, 인공지능, AI 반도체, 배터리, AI 컴퓨팅 등 AI 관련 유망산업도 본격 육성할 계획이다.
네 번째 과제는 스타트업, 인력 등의 양성이다. 산업부는 연합을 통해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과 인재도 본격 육성할 계획이다. 우수 인력은 휴머노이드 산업을 이끌어나갈 핵심 원동력이다. 산업부는 유망한 연구소와 스타트업을 지속 발굴해 연합에 포함시키고, 이들의 창업과 투자 유치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연내 휴머노이드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서울대, KAIST 등 국내 주요 20개 대학을 연합에 참여시켜 학부생들이 연합에서 진행되는 주요 프로젝트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나갈 생각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과제로는 공급-수요기업 간 협력 강화가 꼽혔다. 휴머노이드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기업과 휴머노이드를 실제로 업무에 적용하는 수요기업 간 협력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공급 기업은 실제 로봇이 사용되는 생산현장에서의 학습 데이터와 실증이 반드시 필요하며, 수요기업은 생산성 향상․비용 절감․안전 강화 등을 위해 휴머노이드 도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연합은 수요기업의 관심을 제고하고 필요한 정보 등을 수시로 제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기술 세미나와 쇼케이스, 경진대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수요기업이 로봇기업의 기술력, 잠재력 등을 확인함으로써 공동기술 개발, 지분투자,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협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로봇 공급-수요기업간 협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로봇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해 제조공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면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에 지원할 수 있다. 선정된 협력과제는 정부의 R&D·금융 등 자금 지원을 받게 된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안덕근 장관은 “휴머노이드 산업은 10년 내 25배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산업 자체이기도 하지만, 우리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휴머노이드 최강국을 위해 산ㆍ학ㆍ연이 어렵게 뜻을 모아준 만큼 산업부에서도 최선을 다해 K-휴머노이드 연합을 지원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오늘 출범식은 우리나라 휴머노이드 기술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첫발을 내딛는 자리”라면서, “첨단 휴머노이드 기술을 발전시키며 산업 전반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AI와 로봇, 각종 센서 등의 기술을 빠르게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했던 오준호 삼성전자 단장은 현재 세계 휴머노이드 기술 동향에 대해 “프로그래밍에 따라 정밀하게 움직이는 ‘모델 기반 기술’은 미국에, AI 학습 기반의 자유로운 움직임은 중국에 강점이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두 경우 모두 2위 정도 기술을 갖고 있어 노력하기에 따라 시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승민 기자 enhanced@irobotnews.com